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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인생은 젊어서 죽거나 나이가 드는 것 두가지 가능성만 있다고 말한다. 의사로 진료를 하면서 여러 나이 듦, 즉 노화와 죽음을 접하다 보니 이런 말이 점점 마음에 와 닿는다. 만성 질환이 있어 정기적으로 진료실을 방문하던 환자들도 10여 년이 지나면 치매 또는 파킨슨병이 발생하여 인지기능이 떨어져 진료 시간 내내 갖가지 불편함을 호소하시던 옛 모습은 오간데 없고 조용히 가족 손에 이끌려 진료실로 들어오는 환자를 볼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 이러한 상황은 경륜이 짧은 의사들에게는 경험하기 힘든 상황이다. 의사로서 경험하는 죽음의 모습도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존엄하고 경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경우가 많다. 예측되지 않은 병사 현장은 심폐소생술 등으로 아수라장일 경우가 많다. 오랜 투병 끝에 죽음을 맞이하는 암환자의 경우도 죽음을 앞둔 한달 간은 다양한 증상과 여러 도관 삽관, 정맥 주사, 산소공급 등의 처치를 받느라 조용하지는 않다. 진료실과 병실에서 환자의 고통을 직접 접하는 시간은 환자와 가족, 이웃이 당면하는 오랜 투병과정에 거의 찰나에 가깝다. 따라서 의사가 짧은 진료 면담 과정을 통해 질병과 함께 따라온 환자 및 가족이 겪는 문제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온전히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일반인들이 의사들에 대하여 공감력이 떨어지고 냉정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해는 되지만 의사로서 억울한 측면도 있다. 의학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것처럼 진료현장 뿐 아니라 진료실 밖의 환자들 상황을 같이 시청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공감이 가능하고 그렇다면 의사들도 더 사려 깊은 의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따라서 진료실 밖에서 환자 및 가족이 당면한 고통에 대하여 의사는 항상 겸손하고 열린 마음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의사로서 타인의 인생과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이해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문학이나 영화 등을 통하여 간접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며 필요하다. 따라서 여러 의과대학에서 의인문학을 개설하여 교육 기회를 제공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급속히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핵가족화 되면서 의사로서 노년을 이해하고 핵가족 하에서 노년들의 신체적, 정신적 질병 문제를 개인과 사회적인 면에서 이해하는 것은 임상 각 과를 막론하고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 암 등 중증 질환으로 진단받은 노인환자들 대다수가 독거이거나 자녀는 있지만 노부부만이 생활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나이 듦과 노년의 죽음에 관한 두가지 영화를 추천하고 노년의 특성과 노년 간병의 어려움에 대하여 같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오토라는 남자 (A Man Called Otto, 2023) 1. 영화 소개 오토는 부인과 사별하고 오래 근무하던 직장에서 정년 퇴직을 하게 된 괴팍한 독거노인이다. 사실 괴팍하다는 것은 외부의 시선일 뿐이고 오토는 단지 오래 동안 살아오고 있는 빌라 단지의 질서를 지키고 규칙을 준수하면서 규칙을 지키지 않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참지 못하고 지적할 뿐이다. 원래 오토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입대 하고자 하였으나 비후성 심근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로 입대가 좌절된다. 신검 후 귀가 길 우연히 기차역에서 책을 떨어트린 여성에게 책을 찾아주면서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된다, 자동차 수리공인 오토는 선생님이며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소냐를 만난 후 흑백처럼 단순한 삶이 다채로운 총천연색의 아름다운 인생으로 바뀌었다고 회상할 정도로 행복하게 살았다. 단지 좋아하는 자동차의 브랜드가 달라 가까웠던 동네 친구와 서먹한 관계가 될 정도로 본인 직무에 열심이긴 했지만 이웃과 교류도 하고. 평범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보냈다. 부인과 같이 간 여행에서 교통사고로 부인이 유산을 한 아픔 속에 자녀는 없었지만 사랑스럽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부인이 있는 동안 오토는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부인과 사별한 후 그의 인생은 그저 의미 없는 시간일 뿐이었다. 오토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하고 여러가지 자살 시도를 하지만 이웃에 새로 이사 온 마리솔이 우연히 개입하게 되면서 번번히 실패하게 된다. 마리솔은 멕시코 이민자 여성으로 임신한 몸으로 착하기만 한 미국인 남편과 두 딸과 함께 오토의 빌라 단지로 이사를 오게 된다. 이사 날 남편이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오토가 마리솔의 부탁으로 남편을 대신해 주차를 해 준다. 이 일 이후로 마리솔은 활달한 성격으로 오토에게 사다리나 공구들을 빌리거나 운전을 부탁하는 등 여러 도움을 청하여 오토의 생활에 개입하게 된다. 마리솔은 오토에게 운전을 가르쳐 달라고도 하고, 아이들을 봐 달라고도 청한다. 또 남편이 병원 갈 때도 태워달라고 부탁한다. 마리솔은 오토가 까칠하지만 내면적으로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오토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해 준다. 주민을 이주시켜 오래된 빌라를 재개발하려는 부동산업자가 파킨슨병으로 부인의 보살핌속에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선호하는 자동차 회사가 달라 사이가 멀어진 친구-를 요양원으로 보내려는 부동산업자의 음모를 이웃과 합세하여 물리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지역 사회에도 도움을 주는 인물이 된다. 어느 날 겨울 아침, 오토 집 앞에 눈이 치워져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마리솔이 급하게 오토의 집을 찾아가니 침대에서 돌연사한 오토를 발견하고 마리솔이 오열한다. 오토는 항상 그대로 성실하고 사회의 질서를 준수하고 평범한 남편으로서 살아왔지만 세상은 변화한다. 부인이 세상을 떠나고 직장에서 은퇴 후 본인을 사랑해줄 사람도, 또 본인이 보살펴 주어야 할 사람도 없다. 경제력은 있지만 독거 노인이 된 것이다. 세상은 사소한 규칙조차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이웃 친구도 파킨슨병으로 소통이 불가하며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본인은 심장병이 있지만 특별한 증상은 없다. 병명도 심장이 커서 문제라 사람들은 그것이 병인지 이해를 못하고 웃음으로 넘긴다(실제 영화에서 마리솔이 병명을 듣고 이해를 못하겠다고 박장 대소를 한다). 이웃도 오토의 괴퍅함을 이해하지만 다가가지는 않는다. 오토는 도움을 원하는 노인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에 기여하고 누군가를 돌볼 수 있고 사랑을 주고 싶은 사람이다. 마리솔이 오토에게 준 것은 공경으로 편하게 해드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오랜 주민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이웃의 한사람으로 대한 것이다. 2.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내용 (1) 오토가 생을 마감하고자 하다가 다시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경로와 참여측면에서 논의해 보자 (2) 오토는 돌연사로 생을 마감했다. 이는 오토가 앓고 있던 비후성 심근증과 관련이 있을까? (3) 이웃의 독거노인이 있다면 주의 깊게 관찰할 위험 신호는 무엇이 있을까? (4) 오토의 친구는 부동산 업자에 의하여 가족으로부터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다고 시에서 판정되어 요양시설로 옮겨질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가족 돌봄과 시설 돌봄의 장단점에 대하여 논의해 보자. 3. 해설 오토의 문제는 사랑과 관심의 결핍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자기 효능감은 삶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많은 노인과 장애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인간으로서 자기 효능감의 상실이다.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독립적인 경제 생활을 영위하는데 위협이 되지만 그 이면에는 자기 효능감의 문제이다.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의 일부분이 되어 생할 할 수 없다는 것 자기 효용성의 상실은 인간으로서 실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렇 때 생을 스스로 포기하는 우울감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영화는 노년의 문제에서 공경과 보살핌과는 다른 노년의 자기 효능감의 중요성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다. (1) 비후성 심근병증 (Hypertrophic Cardiomyopathy) 특별한 원인없이 좌심실 비후로 확장기능 이상을 나타내는 질환으로 비대칭적 심실 중격비후와 승모판 전엽의 수축기 전방이동으로 인한 역동적 좌심실 유출로 폐쇄를 특징으로 한다. 약 반수에서 상염색체 우성 양상을 보이는 가족력이 있다. 임상양상으로는 다양하지만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흡곤란이 가장 흔한 증상으로 운동시 주로 나타난다. 심방세동등의 부정맥이 병발하면 확장기 후반 심실 충만에 기여하는 좌심방 수축 기능이 상실되므로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다. 드물게는 젊은 연령에서 과도한 운동시에 돌연심장사를 할 수도 있으므로 과도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치료는 임상양상에 따라 약물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심장박동기의 삽입등이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고 심각한 환자에서는 수술도 시도할 수 있다. 자연경과는 다양하여 문제없이 지내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경과를 보이던 환자에서 돌연심장사가 나타날 수도 있다. 아무르 (Amour, 2012) 1. 영화 소개 은퇴한 파아니스트인 부인과 파리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남편의 간병이야기다. 단순한 간병이라고 말하기에는 무거운 이야기지만 사실 현실에서 보는 노년의 질환에 대한 간병 현실은 영화보다 더 힘들다. 은퇴해서 조용한 노년을 보내는 피아니스트 안느는 어느 날 아침 식사도중 갑자기 미동도 안 하는 상태가 된다. 남편 조르주는 당황하여 흔들어 보고 물수건을 적셔오고 하지만 반응이 없다. 잠시 후 깨어난 안느는 이런 상황을 기억을 못한다. 병원에서 진단은 경동맥폐쇄, 수술에 따르는 위험성은 5%라고 하였지만 결국 우측 마비 상태가 되어 퇴원을 한다. 퇴원 후 안느는 남편에게 다시는 병원에 데려가지 말아 줄 것을 간곡하게 요구하고 조르주는 약속한다. 조르주는 홀로 간병을 하지만 안느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 스스로 대소변을 못 가리는 상태가 되고 언어 소통도 안 되는 상태가 된다. 안느는 더 이상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고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밖에 없는 상태라는 판정을 받는다. 주 3회 가정 방문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오다 상태가 나빠져 입주 간호사를 채용하지만 간호사의 업무 방식에 화가 난 조르주는 간호사를 해고 하고 만다. 조르주는 안느에게 물을 마시게 하려 하지만 안느가 거부하자 안느의 뺨을 때리고 만다. 딸이 간혹 방문하지만 병원에 입원 시킬 것과 다른 의사에게 진료 받아볼 것을 요구하여 조르주와 갈등을 일으킨다. 어느날 안느가 고통에 몸부림 칠 때 과거 자신의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해주면서 안정이 되자 갑자기 베개로 안느를 질식사시킨다. 조르주는 침대를 꽃잎으로 치장 후 안느의 방문을 테이프로 막아 버린다. 노년의 중병은 대개 갑자기 찾아온다.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으로 지속적으로 병원을 다니던 분이 아닌데 갑자기 검진에서 또는 최근에 생긴 증상으로 진료시 암 등의 중병으로 진단받는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충격은 매우 크다. 진단 이후 과정은 대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의사의 권유에 따라 진행된다. 다행히 완치된다면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려운 투병과정을 겪고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혀 예상하지도 않고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모든 삶이 혼돈 속으로 빠져 들어 가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조르주와 안느도 마찬가지이다. 발병 몇 일전 즐겁게 제자의 음악회를 즐기고 여생을 즐기는 순간 벼락처럼 투병의 질곡으로 떨어진 것이다. 아내와 남편이 아닌 환자와 간병인으로 역할이 바뀐 것이다. 우아한 음악가에서 본인의 위생도 처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가족과 친지들이 있지만 결국에는 국외자이다 이 영화에서 병원이나 진료 장면, 의사의 모습은 단 한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배경은 노부부의 아파트 단 한곳이며 등장 인물도 한번 찾아온 제자 피아니스트, 관리인 부부, 딸과 사위, 간병 방문 간호사일 뿐이다. 이것은 마치 투병과정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본인과 배우자가 온전히 감당해야만 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장치인 것 같다. 만일 진료 장면이나 의사가 나오는 장면이 삽입된다 하더라도 그저 사무적인 상담, 권고 정도일 수밖에 없다. 긴 투병과정에서는 의사 역시 국외자일 뿐이다. 이 영화는 적극적인 안락사–사실은 이 영화에서 살인에 해당하지만-를 다루는 것보다는 죽음에 다가가는 말기 환자와 그 배우자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고통을 꽤 조용하게 다루었다. 현재 말기 암환자나 치매 등으로 회복이 어려운 환자들은 요양 병원에서 대부분 임종을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이 가정에서 끝까지 돌보는 것은 여러 면에서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사 입장에서 판단할 때도 정서적인 장점 이외에는 그리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 영화는 그 정서적인 면의 이면도 보여준다. 조르주와 가족이 안느를 요양시설로 옮겼더라면 어땠을 까? 영화의 제목은 아무르, 사랑이다. 돌봄의 사랑은 헌신과 함께 현명해야 한다. 병원에 다시는 데리고 가지 말라는 안느의 바람은 남은 조르주에게 너무나도 잔인한 결과를 남길 뿐이지 않을까? 2.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내용 (1) 가정 돌봄의 한계 상황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 말기 환자의 가정내 돌봄과 요양시설에서의 돌봄에 대하여 논의해 보자. (2) 환자 가족이 겪는 고통은 무엇이며 의사가 어떠한 지지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해 보자. (3) 이 영화의 제목은 사랑이다. 이 영화에서 사랑의 의미는 긍적적인 면인가 부정적인 면인지 각각 논의해 보자. 3. 해설 (1) 경동맥 협착증(Carotid artery stenosis) 경동맥 협착증은 경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질환이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뇌로 보내 뇌가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하는 혈관으로, 뇌로 가는 혈액의 80%를 보내는 중요한 혈관이다. 경동맥 협착증은 동맥 경화 등으로 경동맥 내강이 협착 폐쇄되는 질환으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성인병, 스트레스, 특히 흡연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60대 이상에서 호발한다. 최근에는 생활 습관의 변화로 인해 경동맥 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허혈성 뇌혈관 질환 중 경동맥 질환이 약 30%를 차지한다. 경동맥의 절반 이상이 막혀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만일 증상이 나타난다면 일시적인 시력 소실, 어지럼증, 한쪽 팔다리 마비, 언어 장애와 같은 안구 혹은 신경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간혹 이러한 증상이 발생했다가 수 분 혹은 수 시간 이내에 저절로 소실되는 ‘일과성 허혈 발작’이 생길 수 있다. 무증상 협착의 경우에도 뇌졸중이 발생하는 비율이 연간 3~4%에 이른다. 경동맥 협착증이 대뇌에 발생하는 경우 반신부전마비, 감각 이상, 언어 장애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소뇌에 발생하는 경우 어지럼증이나 운동실조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경동맥 협착증은 경동맥 초음파로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필요하면 컴퓨터 단층촬영(CT), 경동맥 도플러 검사, 자기공명촬영(MRI)을 이용한 경동맥 조영술을 통해 경동맥 협착증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협착이 심하거나 뇌허혈 증상이 있으면 예방 차원에서 경동맥 확장술을 시행하여 뇌경색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경동맥 협착증의 치료 방법으로는 항혈소판제제와 같은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과 혈관 수술로 혈관 내벽의 죽상경화반을 제거하거나 혈관 우회로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뇌혈관 중재술이 발달하여 경동맥 스텐트 삽입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추천 도서 나이듦에 관하여(Elderhood) : 루이스 애런슨 지음 <퍼블리셔스 위클리 서평>노인학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있다.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 병원 노인의학 교수인 루이스 애런슨의 뛰어난 공감능력과 귀중한 지식, 현실에 대한 생생한 보고는 이 책을 오늘날 의학계가 노인을 대하는 방식을 고발하는 최고의 도서 중 하나로 만들었다. 애런슨의 의과대학생에서 노인의학 전문가로서의 되기까지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1. 과목소개와 취지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1학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인되기2(미디어로 본 의료)> 과목은 학생들이 미디어, 특히 영화를 통해 의학을 다각도에서 이해하도록 하며, 비판적 사고와 의사소통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영화를 활용하여 의학적 질환, 의사와 환자의 관계, 의료윤리 등을 탐구하며, 학생들에게 자유 토론과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의학 지식을 넘어 사회적 이슈와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는 의사소통 기술을 연마하게 된다. 이에 본 과목의 최종 취지는 미래의 의료 전문가로서 학생들이 보다 포용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있다. 2. 영화소개 한 학기 동안 다양한 주제의 영화를 7편 정도 시청하고 토론한다. <필라델피아>는 그 중 하나로 에이즈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다루며 감동적인 메시지와 어려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이 영화는 필라델피아의 한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는 유능한 변호사 앤드류 비켓의 삶을 그리고 있다. 앤드류는 동료들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이며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지만, 결국 그의 비밀은 드러나고 로펌에서 해고된다. 이에 대항하여 앤드류는 자신의 해고가 에이즈 진단과 성적 정체성에 기반한 차별 때문임을 입증하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한다. 도전을 맞는 가운데, 과거에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한 적 있는 변호사 조 밀러가 의외로 앤드류의 대리인이 되어 함께 로펌에 맞서는 법정 싸움을 시작한다. 영화는 앤드류의 법정에서의 용기 있는 발언과, 오페라 아리아 "라 맘마 모르타"를 들으며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는 장면 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앤드류와 그의 가족, 특히 그의 모친과의 따뜻한 순간들이 영화의 감동을 더해 주고 있다. 재판은 앤드류의 승리로 끝나지만 그의 건강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영화는 앤드류의 사망과 그의 삶을 기리는 모임으로 마무리된다. 이 장면은 앤드류의 개인적인 싸움이 에이즈 환자와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상징해 주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단순한 법정 드라마를 넘어 에이즈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통해 의학, 법, 윤리, 그리고 인간 감정의 복잡한 교차점을 탐구함으로써, 학생들은 의학적 지식을 넘어서는 귀중한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3. 영화에 등장하는 의학적 소견 <필라델피아>에서 앤드류 비켓이 직면하는 의학적 상황은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감염과 그로 인해 발병하는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에 관한 것이다. HIV는 인간의 면역 체계를 공격하고 약화시키는 바이러스로 CD4+ T 세포라고 불리는 특정 유형의 백혈구가 주요 표적이다. 이 세포들은 인체의 면역 반응을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HIV 감염으로 인해 이들의 수가 감소하면 다양한 감염증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떨어진다. 에이즈는 HIV 감염이 진행되어 면역 체계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를 말하며, CD4+ T 세포의 수가 특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거나, 일정한 기회 감염(opportunistic infections) 또는 특정 암종이 발생했을 때 에이즈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기회 감염은 면역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일반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감염으로 에이즈(AIDS)가 처음으로 널리 인식되기 시작한 1980년대 초, 많은 사람들이 HIV에 대해 잘 몰랐고, 특히 초기에는 에이즈를 진단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기회 감염(opportunistic infections)이 보고되었다. 이러한 감염 중 하나가 Pneumocystis carinii pneumonia(PCP)라는 곰팡이에 의한 폐렴이었다. 이 질병은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지만, 면역 체계가 약화된 사람들, 특히 HIV/AIDS 환자들에게는 심각한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특정 그룹의 젊은 동성애자 남성들 사이에서 이례적으로 PCP와 Kaposi's sarcoma(피부와 기타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례들이 공중 보건 당국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HIV/AIDS에 대한 연구와 인식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히피" 문화가 여전히 영향력이 있었고, 사회적, 성적 자유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HIV/AIDS의 초기 확산에 대해 많은 오해와 편견이 있었다. 또한, 의학적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 질병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이해도 제한적이었다. HIV는 감염된 사람의 피, 정액, 질 분비물, 모유 등 몇 가지 체액을 통해 전달된다. 주요 전파 경로는 무방비 성관계, 감염된 혈액을 통한 노출(예: 공유된 주사기 사용), 그리고 HIV 감염된 모친으로부터 아이로의 수직 감염이다. <필라델피아>가 제작될 당시, 에이즈는 지금보다 더 치명적으로 간주되었으며, 효과적인 치료 옵션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T)의 발전으로 HIV 감염은 만성 관리 가능한 상태로 전환되었다. ART는 HIV 복제를 억제하여 바이러스 양을 최소화하고, 면역 체계의 기능을 유지 또는 개선시켜 준다. 이로 인해 에이즈로 진행되는 것을 막고, 감염인의 수명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필라델피아>에서 앤드류 비켓의 캐릭터를 통해 보여지는 HIV/AIDS에 대한 이야기는 당시 사회의 두려움과 편견, 그리고 의학적 한계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학계는 HIV/AIDS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개발하여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 이 영화와 HIV/AIDS에 대한 이해는, 의학적 진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일깨워 준다. 4. 이 영화를 통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각해 볼 내용 이 영화는 단순한 서사 구조를 넘어서, 의학, 윤리, 법, 그리고 감정이라는 네 가지 큰 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와 문제를 탐구할 수 있다. (1) 의학적 측면: HIV/AIDS의 전염 및 진행 과정 <필라델피아>는 에이즈 환자가 겪는 신체적 고통과 질병의 전개 과정을 드러내며, 당시 사회의 에이즈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반영한다. 학생들은 이를 현재의 의학적 지식과 비교해 보며, HIV의 전염 경로, 예방법, 진단 방법, 그리고 질병의 진행 과정을 학습할 수 있다. 또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T)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치료법과 이러한 치료법이 어떻게 에이즈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개선했는지 탐구할 수 있다. (2) 윤리적 측면 가. 환자의 권리와 사회적 편견 영화는 앤드류 비켓이 겪는 차별과 사회적 편견을 통해 의료 윤리의 중요한 주제들을 다룬다. 학생들은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환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지,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질병에 대한 개방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 나. 직장 내 처벌 앤드류의 해고 사례를 통해 직장 내 차별과 그에 대한 법적, 윤리적 대응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이는 직장에서의 평등과 포용성에 대한 더 넓은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3) 법적 측면 가. 환자와 사회의 권리와 책임 영화의 법정 장면들은 환자의 권리, 차별 금지 법률,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에이즈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현대 법률과 비교하며, 사회적 인식이 법적 규정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나. 직장 내 평등 이 영화는 직장 내에서의 평등한 대우와 차별 금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직장 내 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법적 및 정책적 접근법을 탐구할 수 있다. (4) 감정적 측면 가. 환자와 그 가족이 겪는 감정적 고통 앤드류와 그의 가족이 겪는 심리적, 감정적 여정은 에이즈 진단을 받은 개인과 그 가족이 겪는 실제 고통을 반영한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질병이 개인과 가족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지지 시스템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나. 사회적 고립감과 지지 시스템 영화는 앤드류가 겪는 사회적 고립감과 함께, 친구, 가족, 그리고 지지자들로부터 받는 지지의 힘을 보여줍니다. 학생들은 사회적 지지 시스템이 개인의 회복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지지 시스템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필라델피아>를 통해 학생들은 이러한 다양한 측면들을 종합적으로 탐구하며, 질병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사회적, 윤리적, 법적 문제에 대한 복잡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유도한다. 5. 심화학습 (1) HIV/AIDS의 역사 가. 1980년대 초기 에이즈는 1981년 미국에서 젊은 동성애자 남성들 사이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회 감염(opportunistic infections) 및 Kaposi's sarcoma 발병률이 보고되면서 처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GRID(Gay-Related Immune Deficiency)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후 HIV 감염이 다양한 인구 집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명확해지면서 AIDS(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나. 1980년대 중반 ~ 1990년대 HIV 검사가 개발되고, 바이러스의 전파 방식과 에이즈의 예방 및 관리에 대한 이해가 점진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부족했고, 많은 사람들이 에이즈로 사망했다. HIV/AIDS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심각한 문제였다. 다. 1990년대 중반 ~ 현재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T)의 도입으로 HIV/AIDS 관리가 혁신적으로 변화했다. ART는 HIV 복제를 억제하고, 면역 체계의 손상을 최소화하여, 감염인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또한, 예방 전략의 발전, 예를 들어 선제적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PrEP)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HIV 전파를 줄이는 데 큰 진전을 이루었다. (2) 인권과 의료 가. 환자의 권리 HIV/AIDS 역사를 통해 환자의 권리와 의료 접근성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모든 환자는 성별, 나이, 성적 지향, 인종, 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동등한 치료와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는 의료 윤리의 기본 원칙 중 하나로, 의료 서비스의 제공과 관련된 모든 결정에서 환자의 인권이 우선시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나. 사회적 낙인과 차별 극복 HIV/AIDS 환자들은 오랫동안 사회적 낙인과 차별에 직면해왔다. 이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의료 공동체와 사회는 이러한 낙인을 해소하고 모든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 교육과 인식 제고 HIV/AIDS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교육은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고, 감염의 예방과 관리를 개선하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환자의 권리와 의료 접근성을 증진하기 위해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HIV/AIDS의 역사와 인권 및 의료에 관한 심화학습은 학생들에게 질병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의료 윤리, 사회 정의, 인권 존중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미래의 의료 전문가, 정책 입안자,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학생들이 보다 포용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6. 실제 수업진행과정과 나누고 싶은 경험 <문화인되기2(미디어로 본 의료)>에서는 2학점/16주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의료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의학적 지식, 사회적 이슈, 윤리적 문제들을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 주는 영화 관람에 할애하고, 학생들은 영화에 대한 줄거리를 담은 레포트를 제출한다. 이어지는 주에는 학생들이 영화를 통해 발견한, 토론하고 싶은 주제 3가지를 선정하여 조별로 토론하고, 이를 발표한다. 특히, 영화가 다루는 의학적 주제에 대한 전문가의 특강도 한 시간 가량 진행되어, 학문적 깊이와 실제적 이해를 돕고 있다. 실제 수업 사례 영화 <필라델피아>를 관람한 후, 학생들은 "에이즈에 걸린 (업무 능력에 문제가 없는)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찬성하는 학생들은 당시 에이즈에 대한 이해 부족과 강한 선입견으로 인해, 에이즈 진단 받은 직원에 대한 해고가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치료법의 부재와 전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이익에 해가 되는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반대하는 학생들은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고 결정이 업무 능력이나 타인에게의 피해가 아닌, 에이즈 진단과 성적 지향에 기반했다고 지적했다. 에이즈가 일상적인 직장 활동으로는 전염될 가능성이 낮고, 주인공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았으므로, 해고는 차별적 조치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토론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히 의학적 질병에 대한 지식을 넘어서, 사회적 인식, 윤리적 문제, 그리고 법적 고려사항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실제 수업 진행에 있어 나누고 싶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해당과목을 진행하는데 있어 가장 눈여겨본 것 중 하나는 학생들이 영화를 통해 보여준 예상치 못한 관점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영화를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토론할 만한 주제들을 독창적으로 발굴해낸 점은 이 과목이 갖는 교육적 가치를 크게 상승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서,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 과목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학생들이 토론 시간에 매우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표현하고, 동시에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에서 소통과 이해의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열린 태도를 학생들에게 길러주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깨달은 점은 2시간 가량의 영화가 어쩌면 학생들에게는 매우 길고 지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디지털 시대의 학생들이 유튜브의 숏츠와 같은 1분 남짓한 짧은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반면, 2시간에 달하는 영화의 긴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현대 정보 소비 방식의 변화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사고하는 데 필수적인, 긴 스토리를 분석하는 능력이 어쩌면 해당 수업을 통해 일부 개발되었을 것이라 자평한다. <문화인되기2(미디어로 본 의료)> 과목을 통해 학생들은 의료 분야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 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긴 스토리의 내용을 따라가는 집중력 같은 중요한 역량을 개발할 기회를 가졌다. 학생들의 새로운 시선 발견, 자유롭고 적극적인 토론 참여, 그리고 긴 영화에 대한 접근성 개선은 이 과목이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교육적 가치를 크게 높이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경험은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 방식이 가진 잠재력을 탐색하고 확장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1. 영화내용: 죽음을 앞에 둔 10대 청소년들의 사랑 이야기 어릴 때 갑상선암이 발생한 소녀(헤이즐)가 있었다. 치료를 해 오고 있지만 상태는 점점 나빠져 17세가 된 지금은 폐에 암세포군집이 생긴 상태다. 폐에 물이 차면 숨을 쉴 수 없는 까닭에 코에는 항상 호흡을 도와 줄 수 있는 관을 끼고 있지만 가끔씩 폐에 물이 차게 되면 응급실 신세를 지고 있다. 자신은 전혀 그러고 싶지 않지만 어머니의 권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암환자 환우회에 갔다가 한쪽 다리가 의족인 아우구스투스 워터스(일명 거스)라는 18세 소년을 알게 된다. 거스는 1년 반 전에 골육종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잘라 낸 까닭에 의족을 하고 있다. 모임에서 헤이즐이 다른 환우들에게 “언젠가 우리는 죽을 것입니다. 죽으면 기억할 사람도 사라지게 됩니다”라고 하자 거스는 “망각이 겁나면 무시하면 됩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된다. 갑상선암 4기로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제의 복합치료를 받은 후 현재도 암세포를 추적하면서 프란시스라는 약물과 방사선 치료를 받는 헤이즐에게는 거스가 자신보다 건강해 보이지만 거스도 언제든 암이 재발하여 목숨을 위협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한 상태다. 헤이즐은 피터 밴 휴튼이라는 작가가 쓴 『장엄한 고통』이라는 책을 읽으며 그의 팬이 되었다. 그 후로 작가가 살고 있는 암스테르담에 가서 작품에 나오는 안나와 그의 엄마가 책이 끝난 다음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어보는 것이 꿈이 되었다. 헤이즐은 이메일로 결말 후의 이야기를 물어보았으나 답장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헤이즐의 소원을 알고 있는 거스는 이메일을 보낸 후 암스테르담을 방문해 달라는 초청을 받아 암스테르담까지의 여행을 계획하였다. 건강상의 이유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헤이즐의 부모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을 결국 승낙했고, 헤이즐은 엄마, 거스와 함께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휴튼을 만나기 전에 그의 비서가 예약해 놓은 오란지 식당에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진 헤이즐과 거스는 약속된 시간에 즐거운 마음으로 휴튼을 찾아가지만 휴튼은 알코올 중독자같은 모습으로 괴팍한 삶을 살고 있다. 소설의 결말 이후의 이야기를 묻는 헤이즐에게 휴튼은 대답 대신 “너(헤이즐)는 진화 과정이 잘못되어 태어난 실패한 돌연변이”라 이야기한다. 이에 화가 난 헤이즐과 거스가 집을 뛰쳐나오고, 이 과정을 지켜본 휴튼의 비서가 함께 따라 나와서 이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의 하나인 안네 프랑크의 집으로 안내한다. 건강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좁고 가파른 계단으로 인해 힘들게 관람을 하는 헤이즐에게 극한 상황에서 안네가 쓴 일기내용이 흘러나왔다. “내재된 마음의 아픔을 찾으세요. 주위에 있는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발견하세요. 그리고 행복해지세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헤이즐은 자신이 암스테르담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힘든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거스에게 사랑을 느껴 관람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깊은 키스를 나눈다. 미국으로 돌아온 후 거스는 암스테르담으로 떠나기 전 자신이 엉덩이에 통증을 느껴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 사진을 찍어 본 결과 암세포가 크리스마스 나무 모양으로 가슴과 간 등 온 몸에 자라나서 곧 죽을 것이라는 고백을 한다.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그는 어느 날 헤이즐에게 자신이 죽으면 하게 될 추도사를 미리 해 달라고 했고, 헤이즐은 “나는 아우구스투스 워터스가 내 장례식에 참석해 주기를 원했습니다. 그가 없는 세상을 혼자 보고 싶지는 않거든요. 저는 거스가 저를 위한 추도사를 해 주기를 바랬습니다. 거스만한 사람은 만나지 못했으며, 수많은 시간을 함께 누리게 해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나서 상태가 악화된 거스는 집중치료실에서 8일간 치료를 받은 후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에 나타나는 휴튼은 암스테르담에서 마주쳤을 때의 개성넘치는 모습으로 “장례식은 산 사람을 위한 것일 뿐 다 부질없는 짓”이라 핀잔을 하면서도 헤이즐이 자신을 비판하자 “내가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은 거스가 부탁했기 때문이야”라며 거스가 헤이즐을 위해 쓴 추도사를 전해 주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기를 기억해 주기를 원합니다. 나도 한 명의 예찬가를 원했습니다. 하나님의 작은 사랑으로 그걸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걸로 내 인생은 충분했으며, 그 아이(헤이즐)를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라는 추도사를 읽으며 헤이즐은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 2. 영화에 등장하는 의학적 소견: 암 아기가 어른으로 자란다는 것은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즉 아기의 몸을 이루는 세포의 크기가 커져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세포수가 많아지면서 몸집이 커져서 어른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그림 1. 그리스어로 게를 뜻하는 단어에서 암이 유래하였으므로, 암 박멸을 상징하기 위해 게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 아기가 가지고 있던 세포는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이 아니고 적당한 시기가 되면 완전히 사라져 없어지게 되며, 어른의 몸에 있는 세포는 아기 때의 세포가 아니라 새로 생긴 것들이다. 수명을 다한 세포는 사라져 없어지고, 새로운 세포는 적당한 정도로 생겨나는 것이 자연계의 섭리다. 정상적인 조절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세포의 수명이 늘어나게 되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생겨나야 할 세포는 계속 생겨나므로 필요하지 않은 세포가 늘어나 덩어리를 이루며 자라게 된다. 이를 종양(tumor) 또는 신생물(neoplasm)이라 한다. 종양 중에는 막에 둘러싸여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양성 종양과 경계가 일정하지 않은 상태로 주변 장기를 침범하거나 혈관과 림프관을 타고 온 몸을 떠돌아다니면서 전이하는 성질을 가진 악성 종양이 있다. 흔히 악성 종양을 암(cancer)이라 하며 이것은 그리스어로 게(crab)와 같은 발음을 가진다. 암세포가 게처럼 온몸을 헤집고 다닌다는 뜻에서 이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단순히 발음이 같아서 오늘날 게가 암을 상징하게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오늘날 암을 퇴치하자는 포스터에서 게를 흔히 사용하고 있다. 경계가 분명한 양성 종양은 수술하기 쉽지만 경계가 불분명한 악성 종양은 수술이 쉽지 않다. 그래서 양성 종양보다 훨씬 넓은 부위를 제거해야 하며, 재발이 잘 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포가 하나라도 남아 있게 되면 이것들이 계속해서 자라기 때문이다. 전이되어 먼 곳까지 퍼져 나간 암세포는 수술이 어려워 다른 치료방법만을 선택해야 하므로 치료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암의 치료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수술은 사람의 몸에 자라난 종양세포 덩어리를 제거하는 방법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암세포와 이미 다른 곳으로 전이된 경우 모든 암세포를 제거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암세포는 그냥 두면 계속 자라나면서 주변의 정상적인 부위를 침범하므로 할 수만 있으면 어떤 암이든 일단 수술을 하는 것이 일차적인 치료법이다. 그림 2. 암치료를 위한 방사선 요법이 도안된 우표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에 남아 있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약물을 이용한 항암치료와 암세포를 골라 죽이는 방사선치료를 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 등에서 특히 효과가 큰 방사선치료는 암세포에 방사선을 집중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암세포는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계속해서 자라나므로 암세포를 완전히 죽이기 위해서는 주변의 정상세포도 함께 죽여야 하므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다행히 정상세포는 잘 자라나므로 방사선치료에 의해 암세포를 죽일 때 정상세포가 함께 죽더라도 회복가능하다는 것이 이 치료법이 탄생된 이유다. 최근에 방사선치료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딥러닝을 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소개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암치료 효과가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영화 <룰러바이(Lullaby, 자장가)>에서 골수암 환자 매러디스가 머리카락이 전혀 없는 상태로 출연한 것은 항암치료를 받았음을 보여 준다.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의 종류에 따라 작용기전이 다르지만 일반적인 것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다.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시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정상세포도 함께 파괴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잘 자라는 세포가 항암치료시 피해를 크게 입는다. 인체에서 잘 자라는 세포로는 머리카락, 골수에서 혈구 생성, 장 점막세포가 대표적이다. 항암치료시 머리카락이 빠지고, 면역기능이 약해지며, 소화불량이 생기는 것은 항암치료에 의해 잘 자라는 세포 세 가지가 파괴됨으로써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3. 이 영화를 통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각해 볼 내용 나이에 따라 암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까? 뤼미에르에 의해 영화가 만들어진 후 지금까지 사랑은 변치 않고 영화의 좋은 주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단성사에서 상영된 춘향전이었고, <로미오와 줄리엣>, <러브스토리>, <사랑과 영혼>, <황태자의 첫사랑>, <로마의 휴일> 등의 대표작은 물론 수많은 사랑 이야기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져 왔다. <안녕 헤이즐>의 특징이라면 남자 주인공 거스(Ansel Elgort)가 18세, 여자 주인공 헤이즐(Shailene Woodley)가 17세로 사랑을 다룬 영화의 주인공으로는 나이가 가장 어린 편이지만 둘 모두 죽음을 눈앞에 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성숙한 모습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꿋꿋하게 버텨 내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이들에게는 죽음이 이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무서운 곳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아가야 하는 새로운 곳일 뿐이다. 조시 분(Josh Boone) 감독은 관객들에게 억지 눈물을 강요하지 않으며, 암투병중인 10대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쿨하기 보여 주면서 관객이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이미 명작의 반열에 올라선 1970년작 <러브스토리(1970년작)>에서는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고, 여 주인공에게 암이 발생하는 순간 남자 주인공이 아버지와 화해를 하고 어쩔 수 없이 여 주인공과 이별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미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10대 청소년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가 무엇이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짧은 사랑 이야기를 보여 준다. 거스가 헤이즐에게 남긴 마지막 추도사를 통해 감독은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음을 보여 주려는 듯하다. 암이란 정상적으로는 필요치 않은 세포가 무한대로 자라나는 것이므로 주변 조직을 침식해 들어감에 따라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 뇌종양이 있는 경우라면 시신경을 침범하여 눈이 멀게 할 수도 있고, 청신경을 침범하여 귀가 들리기 않게 할 수도 있으며,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를 파괴시켜 기억을 못하게 하고, 신체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거스의 친구처럼 눈의 망막에 종양이 생기면 앞을 보지 못하게 되고, 무슨 암이든 말기에는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 환자나 보호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일이다. 죽음이라는 결과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죽어가는 과정이 환자와 보호자를 힘들게 하므로 최근에는 암환자를 포함하여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더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강조되고 있다. <안녕 헤이즐>에서 환자들이 환우회를 통해 서로 위안을 삼고, 격려를 하는 것도 이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인간이 존엄다하면 존엄하게 죽을 권리도 있으며, “어차피 죽을 목숨”이 아니라 “생명이 붙어 있는 순간까지는 누구든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암 환자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사랑 이야기는 그 과정에서 순간의 인연에 의해 스쳐 지나가듯 다루어진다. 비록 짧은 사랑이기는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의연하게 죽음에 대처하는 10대들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4. 심화학습 미래의 암치료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영화에서 헤이즐은 말기 암환자로 치료를 포기하다시피 한 상태이며, 거스는 암 중에서도 특히 난치병인 골육종이어서 다리를 잘라 내기는 했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상태로 등장한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 1971년의 일이니 이제 40년을 지나 반세기를 향해 가고 있는데 우주개발에 맞먹을 만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궇고 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가도 해결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결과가 반복되고 있다. 수술, 약물, 방사선 치료가 암의 3대 치료법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외에 유방암을 치료하기 위한 호르몬 요법, 암세포가 있는 부위에 열을 가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온열요법, 장차 암백신과 같이 암 해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면역요법 등도 많이 이용되는 치료법이다. 만병통치약이 있다면 모든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인류의 조상들이 꾸었던 꿈을 현대인들은 더 이상 꾸지 않는다. 불가능함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암의 종류가 다양하고, 각 암에 따라 특성도 서로 다르므로 최근에는 특정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과 암의 특성을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 개발이 널리 연구되고 있다. 암을 일격에 박멸하려는 노력을 통해 인간은 수많은 항암제를 개발해 왔다. 그 중에는 DNA 합성 억제제와 같이 이론적으로 모든 암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임상시험을 해 보면 아무리 훌륭한 이론에 근거를 둔 약이라 하더라도 치료효과가 잘 나타나는 암과 그렇지 않은 암이 있으므로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새로 개발한 약이 어떤 암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판정하곤 한다. 악성이든 양성이든 종양의 특징은 계속해서 자란다는 것이다. 아무리 몸에 쓸모없는 세포라 하더라도 계속 자라기 위해서는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그래야 세포분열에 필요한 DNA, RNA,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혈관이 분포하고 있어야 하므로 종양세포의 성장에는 혈관생성이 필수조건이 된다. 암세포에 분포하는 혈관을 막음으로써 암세포를 죽이려는 방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왔다. 1998년 하버드대학교 포크만(Judah Folkman) 박사의 이름으로 발표된 앤지오스태틴(angiostatin)이 바로 새로운 혈관 생성을 막음으로써 암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는 약이었다. 암세포는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 새로운 혈관을 필요로 하므로 혈관생성을 억제하면 암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는 이외에도 다방면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2010년에는 미탈(Vivek Mittal)이 골수에서 유래한 혈관내피전구세포(endothelial progenitor cell, EPC)가 새로운 혈관 형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세포의 기능을 막음으로써 새로운 혈관 형성을 억제하면 암세포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새로운 혈관이 생성되려면 혈관내피세포(endothelial cell)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혈관과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혈관을 생성해야 한다. 혈관 신생 능력은 골수에서 유래하며, 골수의 어느 세포가 이런 기능을 담당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던 중에 혈관내피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혈관내피전구세포가 새로운 혈관형성에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은 2001년에 이미 발표된 바 있다. 미탈의 연구팀은 골수의 혈관내피전구세포가 종양이 자라기 위해 필요로 하는 혈관형성과정에 관여하고 있고, 이 전구세포가 혈관내피세포로 분화하며, 이를 제거함으로써 종양세포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저자들은 이 연구결과가 혈관내피전구세포를 제거함으로써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표적을 발견한 것이라 하면서 기존의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치료법과 함께 사용하면 암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잖은 표현을 사용했지만 언제나 희망과 꿈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개념의 이와 같은 치료법이 여러 가지 종류의 암에 광범위하게 사용가능하여 암 해결에 획기적인 전기를 이루게 될 것을 기대하게 한다. 후속 연구결과가 기다려진다. 1990년대에 노바티스사에서 개발한 글리벡과 같이 과거의 불치의 병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치료가능한 병으로 바꾸어 놓은 경우처럼 최근에는 특정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는 등 전세계의 수많은 의학연구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암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암과의 전쟁 선포 이후 오랜 기간동안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암 치료율이 50% 선에 머물고 있던 것은 인간의 수명증가와 생활환경의 변화가 계속해서 난치의 암발생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암치료율이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므로 앞으로 암 연구에서 더 큰 결실을 거두어 암으로 고통받은 이들을 줄여주게 될 것을 기대한다. 5. 더 공부하고자 할 때 도움이 될 참고자료 (1) 영화 <러브스토리>(1971)와 한국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2005) 배경이 비슷한 두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암에 걸린다. 그 예후가 왜 다른지, 3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암치료법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공부해 보자. (2) 박중철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홍익출판미디어그룹, 2022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이면서 호스피스 의사로 일하는 저자가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소개하는 책으로 일반인과 의사들이 마지막인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3) 셸리 케이건 『죽음이란 무엇인가』, 박세연 역. 웅진지식하우스, 2023 교단에 양반다리로 앉아서 수업을 하는 모양으로 유명한 셸리 케이건 교수는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로도 유명한다. 얇지 않은 이 책을 읽다 보면 죽음이 단순히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 아니라 수많은 지식과 철학이 얽혀 있음을 실감하게 해 준다. 무엇이든 셸리 케이건 교수가 가르쳐 주는 방식으로 공부를 한다면 성공적인 인생을 이룰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1. 영화소개 “272kg 거구의 온라인 작문 교수 찰리는 동성 연인 때문에 가족을 떠났다. 그의 연인은 죽었고, 은둔하며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찰리는 다시 세상 안으로 들어와 딸과 화해하려 한다.” 한국에 사는 중년 남성의 3대 고민이 있다고 한다. 비만, 탈모, 그리고 영어다. 미국에 사는 중년들은 어떨까? 영어가 모국어라면 영어 고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미국 영화를 보면 늘 위태로운 가정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영어 자리에 가정불화를 넣어서 비만, 탈모, 가정불화라 하면 어떨까? 영화의 주인공 찰리(브렌던 프레이저)는 이 세 가지 문제를 안고 산다. 그렇게 아주 심각한 단계이다. 제목인 “The Whale”은 고도 비만인을 지칭하는 비속어라고 한다. 소설 <모비 딕>이라는 문학적인 인용도 염두에 둔 제목으로, 주인공 찰리의 거대한 체구와 그의 외로움을 상징하는 의미를 가진다. 272kg의 초고도 비만 체격으로 거대한 고래를 연상시키는 찰리는 온라인으로 대학생들을 가르치며 혼자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에는 강의자의 노트북 카메라가 고장났다고 거짓말을 하고, 수강생들의 얼굴이 노출된 화면 가운데에서 오디오만 켠 채로 강의를 한다. 자신의 몸이 외부인에게 들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는 과거 제자로 만난 동성 연인 때문에 아내와 딸을 떠났다. 몇 년 후 동성 연인도 죽자, 여러 가지 이유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찰리는 비만으로 인한 심각한 심혈관계 합병증과 우울증, 그리고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새 생명' 교단의 신출내기 선교사 토마스는 우연히 들른 집에서 숨막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거대한 체구로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가슴을 움켜쥐고 심장발작으로 괴로워하는 찰리를 발견한 것이다. 찰리는 토마스에게 떨리는 손으로 종이 한 장을 건네고, 거기에 적힌 글을 빨리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그것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에 관한 에세이였는데, 찰리의 목소리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찰리를 개인적으로 돌봐주는 간호사 리즈(홍 차우)가 도착한 후, 토마스는 찰리에게 왜 그 고통스러운 순간에 그 ‘별 것 아닌’ 에세이를 읽어달라고 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찰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힘겨운 목소리로 그것을 들으며 죽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의 답변은 섬뜩한 침묵을 만들었고, 토마스는 찰리의 눈빛 속에 숨겨진 깊은 절망과 슬픔을 느꼈다. 친분이 있는 간호사 리즈는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찰리가 일주일 안에 죽고 말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무분별한 폭식으로 혹사당한 비대한 몸을 심장이 더는 견디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울혈성 심부전으로 숨이 차서 잠시라도 서있을 수 없다. 하지만 리즈의 바람과 달리 찰리는 돈이 많이 든다며 병원에 가지 않고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던 중,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엘리(세이디 싱크)에게 연락이 가고, 그의 집으로 찾아온 딸과 8년 만에 마주하게 된다. 딸 엘리는 사춘기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고 있으면서, 거기에 더해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찰리는 옛날 순수하기만 했던 어린 딸을 생각하며 엘리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노력한다. 그는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엘리와의 화해를 시도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찰리의 거대한 체구로부터 비롯된 신체적 제한은 그의 노력을 늘 방해한다. 그는 쉼 없는 고통과 절망에 시달리며, 결국 삶의 의미에 대한 의문과 고뇌 속에서 고민한다. 이대로 두면 사망할 것이 분명한 찰리에게는 구원이 있을 수 있을까? 혼자 힘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지만, 병원에 가서 제대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히 기회가 있을 것이다. 미국의 비싼 의료비가 발목을 잡겠지만, 그 돈을 아껴서 딸에게 물려준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엘리는 아버지의 부재를 원망했을 뿐이다. 찰리가 현관문을 열고 세상 안으로 다시 들어오기를 바래본다. 자기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자기뿐이다 2. 의학적 소견: 비만 비만은 지방이 정상보다 더 많이 축적된 상태다. 체내 지방량을 측정해 평가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이를 직접 시행하기 어려우므로 대개 간접적으로 평가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를 이용하는 것으로, 몸무게(kg)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우리나라 성인 비만의 기준은 체질량지수 25 kg/㎡ 이상으로, 비만 단계 중 35.0 kg/㎡ 이상을 3단계 비만(고도 비만)으로 구분한다. 비만의 위험은 흔히 5D, 즉 부정적 신체 이미지(Disfigurement), 불편(Discomfort), 장애(Disability), 질병(Disease), 사망(Death)으로 요약할 수 있다. 비만은 여러 가지 합병증을 동반하고, 그로 인한 사망률을 증가시키므로 예방하고 치료해야 하는 '질병' 상태다. 비만을 방치할 경우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및 사회적 건강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영향을 미친다. 비만의 계통별 동반 질환을 살펴보자. 고혈압, 제2형 당뇨, 이상지질혈증, 근골격계 질환, 소화기 질환은 물론이고,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심뇌혈관계의 합병증으로 더 살펴보면, 비만은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50% 높일 뿐 아니라, 남녀 모두에서 고혈압, 심부전, 폐색전증, 뇌졸중, 이상지질혈증에 의한 사망률과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높인다.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허혈성 뇌졸중의 위험이 64% 더 높고, 과도한 지방 축적은 심박출량을 증가시키고 전신혈관 저항을 감소시켜, 결국 심부전을 유발한다. 주인공 찰리가 겪고 있는 전신적 상태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비만을 단기에 간단히 해결할 방법은 없다. 알려진 치료법으로는 식사요법, 운동치료, 행동요법 등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치료, 수술치료가 있다. 발병 요인이 다양하고 개인의 생활양식과 체중감량 목표에 따라 치료 방식 또한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생활습관 교정이 우선되어야 안전한 체중 감소와 체중 유지가 가능하다. 식사요법과 운동치료만으로 체중 감량에 한계가 있거나, 비만 정도가 심하거나, 비만 관련 질환의 위험이 큰 경우에는 약물요법, 수술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비만 치료는 우선 식사요법이나 운동치료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를 시도하며, 아시아의 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 25 kg/㎡ 이상인 경우, 혹은 23 kg/㎡ 이상이면서 심혈관계 합병증(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또는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된 경우에 약물치료를 권고한다. 더 심한 경우에는 수술이 권고된다.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체질량지수 35 kg/㎡ 이상(3단계 비만)이거나, 체질량지수 30 kg/㎡ 이상(2단계 비만)이면서 비만 동반 질환을 지닌 환자에서 비수술치료로 체중감량에 실패한 경우에 수술이 적극 고려된다.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비만 동반 질환의 발생 위험이 더 높기 때문에 서양의 기준(40 kg/㎡ 이상)보다 조기에 수술을 권한다. 수술은 체중 감량 및 감량된 체중 유지에 가장 효과적이며, 당뇨병 등 비만 동반 질환의 치유나 개선에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3. 이 영화를 통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각해 볼 내용 (1) 고립과 사회적 소외의 심리학적 영향 영화 속 주인공 찰리는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자신의 몸을 숨기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고립이 개인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어떻게 사람들이 사회적 소외를 경험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2) 비만과 사회적 인식 찰리의 비만은 그의 일상과 대인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은 비만이 개인에게 어떤 신체적, 심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그리고 사회가 비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토론해 볼 수 있다. (3) 온라인과 오프라인 인간 관계의 차이 찰리는 온라인 강의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디지털 시대에 인간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관계의 장단점을 비교해 볼 수 있다. 4. 심화학습 (1) 몸의 이미지와 정체성 찰리의 자기 인식과 그의 몸에 대한 인식이 그의 행동과 선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합니다. 학생들은 자신과 타인의 몸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정체성을 형성하는지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다. (2) 문학과 영화의 상호작용 영화 "The Whale"은 원래 연극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학생들은 연극과 영화 각각의 표현 방식을 비교 분석하며, 같은 이야기가 어떻게 다르게 전달될 수 있는지 학습한다. 5. 더 공부하고자 할 때 도움이 될 참고자료 영화 같은 감독인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다른 작품으로 중독과 꿈, 그리고 실패에 대한 깊은 탐구를 보여 준다. 6. 참고문헌 대한비만학회 (2022). 비만치료지침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2022).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시트)
1. 영화내용: 살아있는 환자들과 함께 하는 의사 1960년대 뉴욕의 정신과 병원에 임상보다 연구를 주로 해왔던 신경과 의사(맬컴 세이어, 로빈 윌리엄스 粉)가 취업한다. 그는 사람들과 교류하는데 서툴러 책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익숙한 사람이다. 입원 환자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세이어 박사는 동료들–선의에도 불구하고 환자 개개인에게 일일이 관심을 가질 정도는 아닌-이 발견하지 못한 일군의 환자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환자들을 연구자의 관찰력으로 살펴보기 시작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밀납처럼 굳어버린(극도의 긴장증catatonia을 가진) 사람들, 망상과 환상이 중상이 아니라 그저 영혼과 정신이 사라져 버린 듯해서 비정형 정신분열병(atypical schizophrenia)라는 진단명으로 묶여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아주 사소한 사건이 단서가 되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건에 연결된다. 세이어 박사는 (이 병원에만 20~30명 입원해 있는) 이 환자들이 1918년 스페인독감에서 회복되었던 사람들이고 1930년대부터 심한 긴장증을 주소로 돌봄을 받다 결국에는 이 병원에 모이게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아직 이런 증상을 설명하거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기전이 밝혀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L-DOPA라는 명칭의 도파민 유도체가 파킨슨씨 병 치료에 제안되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된다. 세이어는 무모하게 보이는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날, 환자들이 말 그대로 ‘깨어난다.’ 깨어난 환자들은 독특한 개성과 동기와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깨어난 후 이들은 삶의 과제를 직면하게 된다. 하얗게 세어 버린 머리색, 어디로 사라져 찾을 수 없게 된 가족들, 그리고 아직도 자신을 아기로 여기는 어머니와 새로 생긴 연인. 깨어난 후의 삶은 놀랍도록 감사하지만 그 자체의 과제를 안기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영화의 시선은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인 깨어난 환자(레너드 로우, 로버트 드 니로 粉)로 옮겨진다. 그가 경험한 삶의 강렬한 경험은 그가 삶을 경험하기 전인 십대에 발병했고 어머니가 그를 극진히 돌보았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처음 발병한 후 독서 외에 할 수 없었던 레너드는 그만큼 박식한 사람이 되었으나 병이 진행함에 따라 그 정신은 결국 우리에 갇힌 표범과 같아지고 만다. 이제 도파민이 그를 다시 삶으로 깨웠고 놀라움과 희열, 그리고 그만큼의 갈등을 감당하게 되었다(원작자 올리버 색스는 ‘사화산’이 분출한 것이라고 묘사한다1). 이렇게 새로운 치료가 환자들을 회복시켰으나 환자들의 증상을 치료한 것은 아니어서 환자들은 하나씩 이전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증상의 악화를 지켜보며 세이어 박사는 약을 증량하기 위해 모험을 감수한다. 그러나 약이 증량되어도 환자들은 감정적 동요나 폭력성과 같은 부작용을 경험할 뿐 증상에는 효과가 없었다. 레너드도 세이어도 환자들이 이전으로 돌아갈 것을 알게 되고 이 과정에서 무엇이라도 배우기 위해 마지막 최선을 다한다. 이제 환자들은 다시 새이어 박사가 처음 그들을 대면했던 순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의사는 알게 되었다. 그 공허한 눈과 굳어버린 몸 안에 생동하는 영혼이 잠들어 있고 그들을 불러 깨워주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그리고 세이어는 잠시 깨어났던 영혼들에게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우게 되었음도 깨닫는다. 외로운 연구자는 이제 주변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치유받은 사람은 세이어 박사다. 2. 영화에 등장하는 의학적 소견: 원인 불명의 긴장성 질환 (기면성 뇌염 encephalitis lethargica)과 질병으로 인한 고통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질환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행했던 기면성 뇌염이라는 질병이다. 이 질병은 1917년 처음 규명된 후 1926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500만명에게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은 1915년경 처음 확산되기 시작했고 상당한 수의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이 질병의 치료는 영화의 실존인물인 올리버 색스 박사가 1969년 L-DOPA를 시도하기 전까지 거의 무관심한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이런 질병에 관한 이해나 연구는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기록에 의하면 뇌염에 준하는 증상(고열, 인후통, 기면증이나 복시)이 발생한 후 수면-각성장애, 긴장증 등의 신경과적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의 일부는 근육-신경증적 증상뿐 아니라 틱에 준하는 증상도 보이는 것으로 기록되었다. 아직 병인은 확립되어 있지 않고 뇌조직에 대한 자가면역, 특히 바이러스와의 연관성이 제시되고 있는 정도다. 미국국립보건원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웹페이지를 개설하고 있다.2 기면성 뇌염과 같이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질병은 환자에게 여러 차원의 어려움을 안긴다. 먼저 신체적 어려움이다. 신체 전반을 종합, 조율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신경계에 발생한 장애는 따라서 그 영향이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저리거나 둔한 느낌같이 불편한 수준에서 경험되기도 하지만 감각이나 운동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그 심각한 경우로 수면-각성 주기가 상실되어 죽은 것 같은 사람이 된 것이다. 그 내면에는 분명히 인격이 있음에도. 한편 그 증상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사회적 역할 수행에 장애가 생기면 이로 인한 사회적 관계 축소, 삶의 계획 변경,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고통이 따른다. 그들에게 병이 유일한 실재로 남게 되는 것이다. 질병은 장애와 고통을 안겨주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차단해서 오직 병만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또다른 차원의 고통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많은 경우 환자를 돌보는 과정의 부담은 가족이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인 레너드의 어머니처럼 간병하는 일이 삶의 전부가 되는 경우가 있고, 이것은 큰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사랑의 노동’(매들린 번팅, 반비. 2022)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 치료법이 확립되지 않은 질병은 그 불확실함이 고통을 발생시키는 또다른 원인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고 어떻게 될지, 이 과정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알고 싶은 열망을 가진다. 많은 경우 환자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질병에 관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됨으로써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회복하려 하는데, 영화 속에 묘사된 질병처럼 의사들조차 관심을 갖지 않고 따라서 치료법도 알 수 없는 경우 환자들은 “그저 존재하고, 고통받는다(They are and suffer; that is all they do;)4” 4. 이 영화를 통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각해 볼 내용 이 영화는 크게 두 줄기의 이야기-잊혀져 있던 질병을 (재)발견하고 치료를 위해 분투하지만 결국 환자들이 치료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되는 의사(세이어 박사)의 이야기와 질병으로 삶의 가장 빛나야 할 순간에 잠들어 있다 잠시 깨어난 환자(레너드)의 삶에 대한 열정과 실패의 수긍-가 얽혀 있다. (1) 병은 발견되는가, 발명되는가? 이 영화의 전반부에서는 만성 정신질환자들 사이에서 기면성 뇌염 환자들을 발견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영화 속의 순서를 따르면 다음과 같다. 1) 의학적 관심을 끄는 환자를 발견한다. 2) 이 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가진 환자의 정보를 검토하거나 비슷한 환자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3) 환자들의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들을 파악한다. 4) 이것을 설명하기 위한 의학적 이론을 구성한다. 특히 4)의 과정은 의학계의 검토와 승인을 필요로 하는데, 영화는 이 과정을 같은 병원 동료 의사와의 토론으로 그려낸다. 새로운 진단이나 치료법에 관해 의료계는 엄격한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태도는 정립된 진단과 치료를 사용함으로써 안전을 보장하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 매번 새로운 이론이나 치료법을 따름으로써 감수해야 할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는 자체의 약점이 있는데 때로 의사들이 분명한 사실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의학적 시선은 환자의 고통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의학 전통은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시행착오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았다 (이 치료법의 개발과 의학이론의 발전은 꼭 나란히 진행되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진단이 내려져야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는 지금의 의학적 상식도 상식이 된 것이 그리 오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례로 Helicobacter pylori가 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금은 당연한 관찰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있었다. 1980년대 이전까지 위 십이지장궤양은 원인미상으로 간주되었다. 배리 마셜 박사가 위암 표본에서 해당 균주를 발견하고 조직적으로 연구하여 상당한 관련성을 밝혔음에도 세균이 위 십이지장 궤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는데 십여년이 더 필요했다5. 어떤 증상(symptom)과 증상과 관련된 증후(sign), 그리고 그 원인(pathogenesis, etiology) 등 병을 구성하는 일련의 내용은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의학계에 수용된다. 오늘날에는 당연한 질병에 관한 지식의 총체-내과학 해리슨 교과서에 실린 어떤 질병에 관한 지식의 목록에 반영된-는 실은 최근에야 만들어진 것이고, 그것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유전학적 지식에 대한 항목은 90년대에는 일부 질환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면 “어떤 증상, 어떤 증후와 어떤 환자들”이 어떤 질병이라는 범주로 설명이 가능하게 되는 과정은 무엇인가? 여기에서 기억할 것은 질병은 행성, 나무, 바위와 같은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라 개념적인 존재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개념은 치료, 혹은 앞에서 하나로 묶어지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사용된다. 영화 속 비정형 정신분열병이라는 진단명은 뉴욕 브롱크스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기면성 뇌염 환자들의 증상을 설명하고 치료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세이어 박사의 관찰력과 환자에 대한 애정) 새로운 질병(정확하게는 잊혀진 질병)으로 변화하게 된다. 질병은 이런 의미에서 발견되는 것이라기보다 발명되는 것이다. (2) 환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의학의 목표는 무엇인가? 의학은 질병의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해결하려 한다. 암종이 있다면 제거하고 호르몬의 부족하거나 과잉하다면 보충하거나 길항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환자가 질병의 원인 제거에 동의한다면 그것은 원인 해결보다 현재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문제-그것을 보통 고통이라고 부른다-를 해결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경우 의학도 비슷한 목적으로, 즉 원인의 제거나 해결이 아니라 증상의 완화를 위해 치료를 시도한다. 이 영화 속 세이어 박사가 시도한 L-DOPA 치료 역시 증상 발현 기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증치료이지 원인의 해결이 아니었다. 즉 환자들이 보인 긴장증을 파킨슨 씨 병의 강직증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 증상 완화에 효과를 보인 도파민 유도체를 사용해 본 것이다. 우리가 원인의 해결이라고 생각하는 의학적 중재술 중 실질적인 원인 해결은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환자들은 이 과정에서, 즉 원인 해결이 아니라 증상의 완화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환자들이 얻는 것은 잃어버린 일상이다. 병원식이 아니라 육즙이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멋진 블루스 음악을, 시와 문학과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회복할 수 있었다. 소생의 기적이 있었다면 일상과 인간성 회복이 바로 그 기적이다. 이들의 인간성은, 이 영화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소생했던 환자들에게서 도파민 내성이 발생하고 이전 상태로 하나씩 돌아가게 된다. 세이어 박사가 포기할 수 없었고 자신의 의지도 강했던 레너드는 투약 용량을 높이며 굴복하지 않고 저항한다. 그 과정의 고통은 적지 않아서 그는 전과 달리 공격성을 보이기도 하고 운동질환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세이어 박사와 면담하던 중 갑작스러운 발작을 경험하게 된다. 레너드는 당황하기보다 그 의미를 찾으려, 또는 자신의 괴로움에서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려, 이 발작 과정을 영상으로 담으라고 요청한다. 그의 요청은 이렇다 “learn something, learn(1:43:00)” 질병에서 회복되기란 불가능할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데서 의미를 찾는, 남에게 숨겨야 마땅한 발작의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라는 요청이다. 이렇게 그는 타인에게 자신의 고통을 통해 연결되고, 세이어 박사는 그 과정의 증인으로 남게 된다. 5. 심화학습 (1) 의학연구와 임상의학은 어떻게 연계될까? 이 영화는 흥미롭게도 의학연구를 통해 환자들과 연결되는 과정을 경험한 임상의사의 이야기다. 환자에게 변화를 가져오는 사람은 박애주의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환자의 삶에 관심을 갖는 것-일상의 기쁨과 슬픔, 성취와 좌절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연구자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취와 좌절을 우리는 함께 나눌 수 있게 된다. (이런 멘트는 로빈 윌리엄즈가 또다른 의사인 존 애덤스 역할을 맡아 출연했던 1998년 작 패치 애덤스에서 반향된다. 의사들의 무관심에 저항하며 주인공 애덤스는 환자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1:44:00 이후) 고백한다). 그러나 연구는 임상진료와 구분되어야 한다6는 것이 의료계의 합의된 지식이다. 아무리 선의를 가진 경우라도 임상연구와 임상진료는 다른 동기와 정당화 근거를 요청한다. 흔히 치료적 오해(therapeutic misconception)로 칭해지는 인식의 오류가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 특히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이라면 더욱 더 그러한데 임상시험에 포함된 의학적 조치는 치료적 효과를 가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환자에게 임상시험 참여를 요청할 때 임상시험이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음을 분명하게 밝힐 책임을 연구윤리에서는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의사의 이중의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3차 의료기관은 연구와 진료를 동시에 수행하는 기관이며 따라서 연구자인 동시에 임상가인 의사가 증가하고 있다. 이중의 역할을 담당하는 의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립된 (즉 근거가 충분히 검토된) 치료법을 환자에게 제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직 탐구가 필요한 (즉 근거가 부족한) 치료법을 환자에게 제안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같은 사람이, 또 동일한 환자 집단에게 의학연구와 진료가 함께 시행될 때 종종 치료적 오해는 원치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의학연구가 일상화된 현대 의학에서 의사의 책임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셈이다. 6. 더 공부하고자 할 때 도움이 될 참고자료 (1) 소생 폭발적으로 깨어나고 눈부시게 되살아난 사람들. 올리버 색스/이민아. 알마 (2012), 영화의 소재가 된 실제 사례를 문필가로서도 널리 알려진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가 소개했다. 영화화 과정에서 생략되거나 수정을 거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 리빙프루프 (2008. Dan Ireland 감독) 의학연구가 환자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현대 의학연구는 어떤 맥락 안에서 수행되는지를 Hercepton 개발 과정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일종의 영웅담. (3) 위트 (2000. Mike Nichols 감독) 의학연구가 환자를 어떻게 소외시키는지는 이 영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존경받는 영문학자인 비비안 베어링(엠마 톰슨 粉)은 4기 난소암으로 저명한 종양학자의 치료를 받는다. 그녀는 임상시험에 등록되지만 결국 그녀는 임상시험약물의 독성으로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나 그녀의 인간성은 이 고통을 극복해 낸다. 고통과 고통을 극복하는 정신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영화. 앞의 영화를 기준으로 본다면 반-영웅담. 1. 올리버 색스. 이민아 역. 깨어남: 폭발적으로 깨어나고 눈부시게 되살아난 사람들. 2012. 알마. 1990년 개정판 서문.) 2. Encephalitis Lethargica. (2023.11. 28.). National Institute of Neurological Disorders and Stroke. 접속일. 2024. 5. 27. https://www.ninds.nih.gov/health-information/disorders/encephalitis-lethargica 3. 아서 프랑크. 최은경 역. 몸의 증언(The Wounded Storyteller). 2013. 갈무리. 4. W H. Auden. Surgical Ward (1939). in E. Mendelson(ed.). The Selected Poetry of W. H. Auden (1971). 5. Cotton P. NIH Consensus Panel Urges Antimicrobials for Ulcer Patients, Skeptics Concur with Caveats. JAMA. 1994;271(11):808–809. doi:10.1001/jama.1994.03510350008003 6. 구영모, 권복규, 황상익. (2000). 벨몬트 보고서. 생명윤리, 1(1),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