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vol.4 2023-11-07 570
황지영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산부인과학교실)
1. 과목소개
의료인문학은 좋은 의사를 양성하고자 하는 교육적 측면과 인문학으로서의 의학을 탐구하는 학문적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필자의 소속 대학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과대학으로 학제 개편을 하게 되면서 학부로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적용할 교육과정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신교육과정에서 의료인문학 교육과정은 6년 전 학년에 걸쳐 배치되면서도 이전 과정이 다음 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심화되도록 하였다.
과정 개요를 살펴보면 먼저 인문학적 측면에서 다양한 자연과학 및 의학 관련 주제들을 다룰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이는 학생들이 지금까지 학습해온 생명과학, 화학, 물리학 등과 같은 자연과학 이론과 과학적 기술 발전에 바탕이 되었던 다양한 인문학적 배경들을 탐구하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둘째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토의, 토론을 통하여 비판적 사고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다. 토의 및 토론은 문제해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지만 비판적 사고가 바쳐주지 못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성숙한 나이의 학습자에게 효과적이고, 대인관계 형성과 협동의 필수 조건이며, 고급 사고력의 향상뿐만 아니라 도덕 발달과 태도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토론은 의미 있는 학습 방법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참여가 낮으면 효과를 낼 수 없음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적 장치가 필요하다.
2. 수업목표(과목의 취지)
이 글을 통해 소개하고자 하는 의료인문학 과정은 의예과 2학년 1학기에 개설되어 있는 ‘인문과학토의’라는 과목이다. 과목명은 교육과정을 접하는 학생들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여러가지를 고려했는데, ‘인문학’, ‘과학’, 그리고 ‘토의’라는 단어를 합쳐서 만들게 되었다. 한국은 중등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을 이과와 문과로 구분하여 교육하고 평가하는 이상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이과 과정을 통해 입학함으로 의학이 인문학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이해하기 어려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문학’이란 단어를 내세웠다. 자연과학부터 기초의학 그리고 임상의학 까지를 포함하여 인문학적 탐구와 고민이 필요한 명제와 사건들을 다루는 학습내용을 표현하기 위해 ‘과학’, ‘의학’, ‘의과학’ 등 3가지 단어를 두고 고민하다가 의예과 과정임을 고려하여 ‘과학’을 선택하였으나, 향후 “인문의학토의”로 과목명을 교체할 계획이다. ‘토의’라는 단어는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수업 진행과 준비를 안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3. 수업성과(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가지게 될 역량)
성과바탕의학교육 측면에서 ‘인문과학토의’ 과정이 의도한 교육성과 즉 과정성과와 관련된 본교 졸업성과 및 시기성과(1시기; 의예과 2학년부터 의학과1학년까지)는 표1과 같다.
4. 개발과정
인문과학토의 과정에서 다룰 학습 내용과 주제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제안한 사람과 사회 중심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를 고려하여 선정하였다. 표2와 같이 7개의 수업성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접하게 될 다양한 모듈을 개발하였다. 각각의 모듈은 ① 과학-인문학적 명제, ② 특정 인물의 삶, ③ 과학적 발견과 사건, ④ 문학작품, ⑤ 과학-인문학 문헌 등을 다루며, 학생들이 과학-의학발전에 바탕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었던 인문학적 측면을 탐구함과 동시에 주어진 사례별로 주제 토의를 통해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하도록 구성하였다. 교수-학습법은 ① 강의, ② 멘토링, ③ 사례기반학습(CBL), ④ 팀바탕학습(TBL), ⑤ 협력학습(peer-assisted learning) 등을 적용하였다.
5. 수업진행방법
수업 진행은 먼저 교수가 그 주에 다루게 될 모듈에 대해 배경과 개념, 전반적인 개요를 설명하는 강의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제공된 자료와 사례를 검토한 후 팀 별로 주제를 할당하고 조원들의 역할 분담을 정한 후 자료조사 및 학습을 진행한다. 조별 토의를 진행하고, 조별 토의 결과를 발표한 후 전체 토의를 진행한다. 다음으로 학생들의 토의 결과를 바탕으로 교수의 피드백 및 주제 강의가 제공된다. 이후 학생들은 추가 자료조사와 조별 토의를 진행한 후 결과보고서를 제출한다. 성적은 참여도, 토의 내용, 개인 및 조별 발표, 지필 시험, 과제 보고서 등으로 평가하였다.
인문과학토의 과정의 취지는 학생 참여 형 토론 수업을 통해 학생주도학습과 탐구를 유도하는 것이다. 토의(討議, discuss)를 대상을 주의 깊게 검토하여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본다면 토론(討論, debate)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논증과 실증이 필요하며 규칙에 따라 자기 주장을 정당화 하여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상적인 토론수업 진행과정은 처음에는 자료 조사와 함께 ‘토의’가 이루어 지다가 특정 시점에서 의견이 갈라지면서 ‘토론’이 진행되다가 교수의 ‘피드백’과 학생들의 추가 자료 검토 후 다시 ‘토의’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문제해결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진행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듈 내용이 흥미로워야 하며, 의미 있는 토의 주제들이 제시되어야 하며, 담당교수의 배경 및 개요 설명이 중요하며, 중간 중간에 피드백이 적절히 제공되어야 한다.
6. 수업진행자로서 나누고 싶은 경험
본 과목은 2019년도부터 시작되어 5년동안 진행되었다.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검토해야 할 자료가 많은 모듈의 경우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과학을 인문학적으로 탐구하는 것과 적용된 수업 방식은 매우 만족스러워 하였다. 표2의 수업성과 중 ‘문학작품 속 과학적 모티브를 과학의 원리, 원칙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모듈을 가장 선호하였으며, ‘근대과학과 근대의학 발전의 상호관계를 설명’하는 모듈을 매우 흥미로워 하였다.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에서 ‘임신 주수에 따른 태아심박동 변이도’를 연구하여 석사학위를 받았고,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에서 ‘암유전자에 대한 표적치료’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성모병원(舊 강남성모병원)에서 인턴 및 산부인과 전문의 수련을 받았고, 미국 MD Anderson Cancer Center에서 난소암 치료법을 연구했다.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12년간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로 진료 및 연구에 임한 후 2014년부터 의학교육학교실 전임교수가 되어 실력을 바탕으로 환자중심진료를 실천할 수 있는 의학도를 양성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대학 내에서 학생들과 수련의들을 대상으로 ‘의학역사와윤리’, ‘인문과학토의’, ‘지혜와리더십’, ‘환자안전’, ‘의사되기’ 등 다수의 의료인문학 과목(과정)을 운영한 경험이 있으며, 의료인문학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