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Vol.7 2024-08-26 175
이재호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오귀스트 로댕, <신의 손(Hand of God, 1896~1902)>, 73.7 × 60.3 × 64.1 cm, 대리석,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우리 인류의 진화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손’을 꼽을 수 있다.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과 맞설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은 정교한 손재주를 가지게 되었고, 결국 다른 동물과 다른, 새로운 문명 세계를 열게 되었다.
특히 엄지손가락은 다양한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하면서 손이 하는 일 가운데 45% 가량을 혼자 할 수 있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엄지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고 감탄했다.
손으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인류는 네 발로 걷기보다 두 발로 걷고 남은 두 손을 자유롭게 쓰기 시작하였다. 즉, 손의 발달이 직립 보행을 가능하게 하며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도구를 쓴 사람’이라는 뜻)의 시작을 알리게 되었다.
이는 약 150~20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화석을 통해 당시 인류가 단순한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음을 의미한다. 점차 다양한 도구와 불을 사용하면서 인류의 뇌는 더욱 커졌고, 새로운 도구들을 만들거나 유용한 행동들을 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인류에게 손은 단순의 신체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손이 크다’나 ‘손에 익다’와 같이 기술이나 노력, 어떤 사람의 능력이나 힘, 심지어 일을 하는데 필요한 사람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인류의 발달에 있어 중요한 집단생활과 그 속의 인간관계에 대한 것 또한 ‘손을 내밀다’와 같은 관용어로 표현된다. 즉, '손 덕택에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인류에게 손은 신의 축복이자 바로 삶의 역사라고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손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손의 아름다움과 함께 인체 속에서 의미를 생각해 보자.
1. 작품 소개 (신의 손, 오귀스트 로댕)
이 ‘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은 조각가가 있다. 프랑스의 조각가인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 이후 서양 조각계에서 누구보다도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조각가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은 원래 프랑스 정부가 로댕에게 장식예술미술관의 출입문으로 제작을 의뢰한 <지옥의 문(Porte de l’Enfer)>이라는 작품의 일부다. 높이 7m에 무게가 8t인 거대한 <지옥의 문>은 단테(Durante degli Alighieri, 1265~1321)의 『신곡』에서 영향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로댕은 지옥으로 가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 죽음을 표현한 신곡 내용을 토대로 생각에 잠긴 사람을 문 위에 넣었는데, 1880년에 이를 별도로 떼어내어 크게 제작한 것이 바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2010년 서울에서 로댕의 전시회가 열렸는데, 그 제목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신의 손-로댕'이었다. <신의 손(Hand of God, 1898~1902)>은 단 한 번도 파리 로댕박물관에서 외부로 내보내지 않았던 작품으로 이것을 대여하기 위해서 전시회 제목을 이렇게 지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이 작품은 창조주의 손을 상징하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의 형상이 손 안에서 빚어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손 안의 아담과 이브는 미완성으로 남겨놓고, 오직 손에만 집중하게 관찰하게끔 만든다.
창조주가 아담과 이브를 만들 듯이 울퉁불퉁한 돌덩이가 로댕의 손에 의해 작품으로 탄생하는데, 제목 그대로 신의 손이다. 하지만 로댕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허영심이나 자만심이 아니라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하나님의 최고의 창조물인 인간과 생명을 재현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며, 수많은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작품을 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손에 쥐어진 돌 안쪽에는 한 쌍의 남녀, 아담과 이브가 서로 부둥켜안고 있다. 남자는 얼굴을 여인의 가슴에 파묻고 팔로 그녀의 머리를 감은 채 온 몸을 그녀에게 맡긴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모습으로도 생각되지만, 배 속 깊숙이 자궁 쪽을 향해 들어가려는 남자의 모습은 엄마의 배속을 그리워하던 아기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창조주가 아담과 이브를 탄생시켰듯이, 인류는 사랑을 나누며 2세라는 결실을 맺고, 어머니의 배속에서 자라 출산을 통해 탄생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즉, 이러한 조각을 창조하는 로댕뿐 아니라 우리 모두 또 하나의 의미를 가진 창조주가 아닐까.
신의 손(Hand of God)의 속면
2. 손의 구조
손은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부위다. 한쪽 손을 이루는 뼈는 손목뼈 8개, 손바닥뼈 5개, 손가락뼈 14개로 총 27개로 이루어져 있다. 양손에 총 54개의 뼈가 있는 것인데, 이는 인체에 있는 뼈의 4분의 1이 넘는 개수이다.
여기에 많은 근육이 붙어서 손은 다양한 관절운동이 가능하여 물건을 잡는 등의 다양한 움직임을 할 수 있다. 특히 물건을 잡는 악력(아귀힘, grip strength)은 남성에서는 약 40-50 Kg 정도이고, 여성은 이것의 절반 정도인 25 Kg 전후이다.
평균 수명으로 계산하였을 때, 우리는 일평생 2,500만 번 정도 손가락을 펴고 굽혔다한다. 그만큼 손은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외부와의 접촉과 부상의 위험이 높다. 따라서 손가락의 끝은 반투명의 단단한 케라틴 판인 손톱이 있다. 손톱은 손끝을 보호하기도 하며, 손가락에 힘을 더 해주어 손가락의 사용에 있어 효율을 증대시킨다.
또한 손의 피부에는 감각수용기가 잘 발달되어 있다. 이로 인해 손가락은 감촉뿐 아니라 열·고통 따위 감각을 인체 어느 부위보다 가장 예민하게 느낀다. 피막이 없는 무피막수용기로 촉각상피세포(tactile epithelial cell, Merkel cell)은 가벼운 촉각이나 물체의 감촉을 감지한다.
자유신경종말은 고온이나 저온, 통증 등에 반응한다. 피막수용기에는 촉각소체나 루피니소체가 손에 발달되어 있다. 촉각소체(Meissner corpuscle)는 가벼운촉각이나 저주파자극에 반응하며 손가락 끝에 많으며, 루피니소체는 피부의 장력이나 회전, 뒤틀림을 감지한다.
또한 손은 발바닥과 함께 인체 어느 부위보다 많은 땀샘이 있다(약 150∼300개/cm2). 손에는 주로 샘분비땀샘(eccrine sweat gland)가 분포하고 있으며, 땀에 의해 손바닥은 항상 촉촉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물건을 쥐는 동작이나 촉각에 도움을 준다.
3. 이 작품을 통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각해 볼 내용
(1) 5개의 손가락은 각각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엄지손가락에서부터 새끼손가락까지 구조와 기능적인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손의 움직임의 의미를 생각해봅시다. (예: 손가락 욕, 커플링은 넷째손가락에, 약도 약지(藥指)인 넷째손가락을 이용하는 이유 등)
(2) 오른손잡이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심지어 오른손(right)이 ‘옳다 혹은 바르다’와 같은 긍정적인 가치를 상징한다면 왼손(left)은 ‘불길하다, 사악하다, 버려지다’와 같은 부정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약 20만 년 전 구석기 시대 사람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손도끼더미에서 오른손잡이용 손도끼 대 왼손잡이용 손도끼 비율은 대략 2 대 1이었다. 즉, 지금에 비해 당시에는 왼손잡이의 비율이 훨씬 높아서 지금과 같이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와서 오른손잡이가 절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3) 좌뇌와 우뇌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남성과 여성의 사고방식과 뇌가 다르듯이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뇌 또한 다르다. 뇌의 신경은 좌우가 교차되어 몸으로 내려간다. 따라서 오른손잡이는 좌뇌가 발달해서 언어나 사고, 수학적 계산, 추리 능력에 뛰어나고 왼손잡이는 우뇌가 발달해 예술, 감성과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실제로 아인슈타인, 뉴턴, 다윈, 다빈치 등의 역사적인 천재들이 왼손잡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4) 킹스맨이란 영화에서 ‘Manners maketh Man’ 이란 말이 나온다. 예의를 뜻하는 매너(manner)는 원래 ‘마누아리우스(manuarius)’라는 라틴어에서 기원한다. 이는 manus와 arius의 합성어로 manus는 ‘손(hand)’이란 뜻 외에 사람의 행동이나 습관, arius는 방식, 방법을 의미한다. 매너와 손이 연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매너손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4. 심화학습
(1) 이전 연구에 의하면 둘째손가락과 넷째손가락의 길이의 비율에 따라 남성과 여성호르몬의 비율이 다르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긴 둘째손가락은 에스트로젠의 과도한 노출을, 긴 넷째손가락은 테스토스테론의 과도한 노출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2D:4D 비율은 남녀 행동, 심리, 운동 능력 등과의 연관성을 보이기도 한다. 각자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Manning JT, Scutt D, Wilson J, Lewis-Jones DI. The ratio of 2nd and 4th digit ratio length: a predictor of sperm numbers and concentrations of testosteron hormone and oestrogen. Human Reproduction. 1998;13:3000-4.
(2) 신체의 각 부위별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의 비율을 입체적으로 구성한 호문쿨루스를 찾아봅시다. 캐나다의 신경외과의사인 와일더 펜필드가 처음 제안한 이 모델은 각 신체부위가 자극에 대하여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운동을 하는지를 나타낸다. 손이 상당히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데, 어떤 의의를 가지는 것일까?
운동피질 호문쿨루스(빨간색, 왼쪽)와 감각피질 호문쿨루스(파란색, 오른쪽). learnsomatics.ie에서 인용
(3) 동음이의어가 많은 우리말에 또 다른 의미를 가진 ‘손’이란 단어가 있다. ‘다른 곳에서 찾아온 사람’, 손님이라는 뜻이다. 또한 상대방에게 박수를 보내거나, 반가운 손인사를 하거나, 힘든 부모님에게 손으로 마사지를 하거나 양손으로 꼭 안아 주는 등의 행위들을 떠올리려보자.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이런 사소한 행위들이야말로 가장 세심한 치유와 위로의 출발일지도 모른다. 손으로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들이 아주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또는 누군가에게 손을 먼저 내밀었던 경험이 있었는지? 지금 가장 손을 내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5. 더 공부하고자 할 때 도움이 될 참고자료
(1) 데즈먼드 모리스. 바디워칭, 이규범 역, 범양사, 2017.
(2) 이재호. 알고나면 쉬워지는 해부학이야기, 범문에듀케이션, 2019.
(3) 로댕 '생각하는 사람'의 근육. 한국경제신문, 2023.2.8.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20837591
(4) Manning JT, Scutt D, Wilson J, Lewis-Jones DI. The ratio of 2nd and 4th digit ratio length: a predictor of sperm numbers and concentrations of testosteron hormone and oestrogen. Human Reproduction. 1998;13:3000-4.
(5) Penfield W, Boldrey E. Somatic motor and sensory representation in the cerebral cortex of man as studied by electrical stimulation. Brain 1937;60:389–440.
의학과 해부학을 전공하고 현재 계명의대 해부학교실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의과대학 학생지원센터장과 의료인문학교실 전담교수를 겸직하며 의과대학 학생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자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알고나면 쉬워지는 해부학이야기』,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가 있고 감수한 책으로 『아트시트를 위한 해부학가이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