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Vol.6 2024-06-17 678
예병일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1. 영화내용: 죽음을 앞에 둔 10대 청소년들의 사랑 이야기
어릴 때 갑상선암이 발생한 소녀(헤이즐)가 있었다. 치료를 해 오고 있지만 상태는 점점 나빠져 17세가 된 지금은 폐에 암세포군집이 생긴 상태다. 폐에 물이 차면 숨을 쉴 수 없는 까닭에 코에는 항상 호흡을 도와 줄 수 있는 관을 끼고 있지만 가끔씩 폐에 물이 차게 되면 응급실 신세를 지고 있다. 자신은 전혀 그러고 싶지 않지만 어머니의 권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암환자 환우회에 갔다가 한쪽 다리가 의족인 아우구스투스 워터스(일명 거스)라는 18세 소년을 알게 된다. 거스는 1년 반 전에 골육종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잘라 낸 까닭에 의족을 하고 있다.
모임에서 헤이즐이 다른 환우들에게 “언젠가 우리는 죽을 것입니다. 죽으면 기억할 사람도 사라지게 됩니다”라고 하자 거스는 “망각이 겁나면 무시하면 됩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된다. 갑상선암 4기로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제의 복합치료를 받은 후 현재도 암세포를 추적하면서 프란시스라는 약물과 방사선 치료를 받는 헤이즐에게는 거스가 자신보다 건강해 보이지만 거스도 언제든 암이 재발하여 목숨을 위협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한 상태다.
헤이즐은 피터 밴 휴튼이라는 작가가 쓴 『장엄한 고통』이라는 책을 읽으며 그의 팬이 되었다. 그 후로 작가가 살고 있는 암스테르담에 가서 작품에 나오는 안나와 그의 엄마가 책이 끝난 다음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어보는 것이 꿈이 되었다. 헤이즐은 이메일로 결말 후의 이야기를 물어보았으나 답장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헤이즐의 소원을 알고 있는 거스는 이메일을 보낸 후 암스테르담을 방문해 달라는 초청을 받아 암스테르담까지의 여행을 계획하였다. 건강상의 이유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헤이즐의 부모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을 결국 승낙했고, 헤이즐은 엄마, 거스와 함께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휴튼을 만나기 전에 그의 비서가 예약해 놓은 오란지 식당에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진 헤이즐과 거스는 약속된 시간에 즐거운 마음으로 휴튼을 찾아가지만 휴튼은 알코올 중독자같은 모습으로 괴팍한 삶을 살고 있다. 소설의 결말 이후의 이야기를 묻는 헤이즐에게 휴튼은 대답 대신 “너(헤이즐)는 진화 과정이 잘못되어 태어난 실패한 돌연변이”라 이야기한다.
이에 화가 난 헤이즐과 거스가 집을 뛰쳐나오고, 이 과정을 지켜본 휴튼의 비서가 함께 따라 나와서 이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의 하나인 안네 프랑크의 집으로 안내한다. 건강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좁고 가파른 계단으로 인해 힘들게 관람을 하는 헤이즐에게 극한 상황에서 안네가 쓴 일기내용이 흘러나왔다.
“내재된 마음의 아픔을 찾으세요. 주위에 있는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발견하세요. 그리고 행복해지세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헤이즐은 자신이 암스테르담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힘든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거스에게 사랑을 느껴 관람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깊은 키스를 나눈다.
미국으로 돌아온 후 거스는 암스테르담으로 떠나기 전 자신이 엉덩이에 통증을 느껴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 사진을 찍어 본 결과 암세포가 크리스마스 나무 모양으로 가슴과 간 등 온 몸에 자라나서 곧 죽을 것이라는 고백을 한다.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그는 어느 날 헤이즐에게 자신이 죽으면 하게 될 추도사를 미리 해 달라고 했고, 헤이즐은 “나는 아우구스투스 워터스가 내 장례식에 참석해 주기를 원했습니다. 그가 없는 세상을 혼자 보고 싶지는 않거든요. 저는 거스가 저를 위한 추도사를 해 주기를 바랬습니다. 거스만한 사람은 만나지 못했으며, 수많은 시간을 함께 누리게 해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나서 상태가 악화된 거스는 집중치료실에서 8일간 치료를 받은 후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에 나타나는 휴튼은 암스테르담에서 마주쳤을 때의 개성넘치는 모습으로 “장례식은 산 사람을 위한 것일 뿐 다 부질없는 짓”이라 핀잔을 하면서도 헤이즐이 자신을 비판하자 “내가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은 거스가 부탁했기 때문이야”라며 거스가 헤이즐을 위해 쓴 추도사를 전해 주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기를 기억해 주기를 원합니다. 나도 한 명의 예찬가를 원했습니다. 하나님의 작은 사랑으로 그걸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걸로 내 인생은 충분했으며, 그 아이(헤이즐)를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라는 추도사를 읽으며 헤이즐은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
2. 영화에 등장하는 의학적 소견: 암
아기가 어른으로 자란다는 것은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즉 아기의 몸을 이루는 세포의 크기가 커져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세포수가 많아지면서 몸집이 커져서 어른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그림 1. 그리스어로 게를 뜻하는 단어에서 암이 유래하였으므로, 암 박멸을 상징하기 위해 게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 아기가 가지고 있던 세포는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이 아니고 적당한 시기가 되면 완전히 사라져 없어지게 되며, 어른의 몸에 있는 세포는 아기 때의 세포가 아니라 새로 생긴 것들이다. 수명을 다한 세포는 사라져 없어지고, 새로운 세포는 적당한 정도로 생겨나는 것이 자연계의 섭리다.
정상적인 조절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세포의 수명이 늘어나게 되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생겨나야 할 세포는 계속 생겨나므로 필요하지 않은 세포가 늘어나 덩어리를 이루며 자라게 된다. 이를 종양(tumor) 또는 신생물(neoplasm)이라 한다.
종양 중에는 막에 둘러싸여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양성 종양과 경계가 일정하지 않은 상태로 주변 장기를 침범하거나 혈관과 림프관을 타고 온 몸을 떠돌아다니면서 전이하는 성질을 가진 악성 종양이 있다. 흔히 악성 종양을 암(cancer)이라 하며 이것은 그리스어로 게(crab)와 같은 발음을 가진다. 암세포가 게처럼 온몸을 헤집고 다닌다는 뜻에서 이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단순히 발음이 같아서 오늘날 게가 암을 상징하게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오늘날 암을 퇴치하자는 포스터에서 게를 흔히 사용하고 있다.
경계가 분명한 양성 종양은 수술하기 쉽지만 경계가 불분명한 악성 종양은 수술이 쉽지 않다. 그래서 양성 종양보다 훨씬 넓은 부위를 제거해야 하며, 재발이 잘 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포가 하나라도 남아 있게 되면 이것들이 계속해서 자라기 때문이다. 전이되어 먼 곳까지 퍼져 나간 암세포는 수술이 어려워 다른 치료방법만을 선택해야 하므로 치료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암의 치료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수술은 사람의 몸에 자라난 종양세포 덩어리를 제거하는 방법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암세포와 이미 다른 곳으로 전이된 경우 모든 암세포를 제거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암세포는 그냥 두면 계속 자라나면서 주변의 정상적인 부위를 침범하므로 할 수만 있으면 어떤 암이든 일단 수술을 하는 것이 일차적인 치료법이다.
그림 2. 암치료를 위한 방사선 요법이 도안된 우표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에 남아 있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약물을 이용한 항암치료와 암세포를 골라 죽이는 방사선치료를 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 등에서 특히 효과가 큰 방사선치료는 암세포에 방사선을 집중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암세포는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계속해서 자라나므로 암세포를 완전히 죽이기 위해서는 주변의 정상세포도 함께 죽여야 하므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다행히 정상세포는 잘 자라나므로 방사선치료에 의해 암세포를 죽일 때 정상세포가 함께 죽더라도 회복가능하다는 것이 이 치료법이 탄생된 이유다. 최근에 방사선치료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딥러닝을 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소개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암치료 효과가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영화 <룰러바이(Lullaby, 자장가)>에서 골수암 환자 매러디스가 머리카락이 전혀 없는 상태로 출연한 것은 항암치료를 받았음을 보여 준다.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의 종류에 따라 작용기전이 다르지만 일반적인 것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다.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시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정상세포도 함께 파괴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잘 자라는 세포가 항암치료시 피해를 크게 입는다. 인체에서 잘 자라는 세포로는 머리카락, 골수에서 혈구 생성, 장 점막세포가 대표적이다. 항암치료시 머리카락이 빠지고, 면역기능이 약해지며, 소화불량이 생기는 것은 항암치료에 의해 잘 자라는 세포 세 가지가 파괴됨으로써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3. 이 영화를 통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각해 볼 내용
나이에 따라 암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까?
뤼미에르에 의해 영화가 만들어진 후 지금까지 사랑은 변치 않고 영화의 좋은 주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단성사에서 상영된 춘향전이었고, <로미오와 줄리엣>, <러브스토리>, <사랑과 영혼>, <황태자의 첫사랑>, <로마의 휴일> 등의 대표작은 물론 수많은 사랑 이야기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져 왔다.
<안녕 헤이즐>의 특징이라면 남자 주인공 거스(Ansel Elgort)가 18세, 여자 주인공 헤이즐(Shailene Woodley)가 17세로 사랑을 다룬 영화의 주인공으로는 나이가 가장 어린 편이지만 둘 모두 죽음을 눈앞에 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성숙한 모습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꿋꿋하게 버텨 내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이들에게는 죽음이 이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무서운 곳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아가야 하는 새로운 곳일 뿐이다.
조시 분(Josh Boone) 감독은 관객들에게 억지 눈물을 강요하지 않으며, 암투병중인 10대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쿨하기 보여 주면서 관객이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이미 명작의 반열에 올라선 1970년작 <러브스토리(1970년작)>에서는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고, 여 주인공에게 암이 발생하는 순간 남자 주인공이 아버지와 화해를 하고 어쩔 수 없이 여 주인공과 이별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미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10대 청소년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가 무엇이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짧은 사랑 이야기를 보여 준다. 거스가 헤이즐에게 남긴 마지막 추도사를 통해 감독은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음을 보여 주려는 듯하다.
암이란 정상적으로는 필요치 않은 세포가 무한대로 자라나는 것이므로 주변 조직을 침식해 들어감에 따라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 뇌종양이 있는 경우라면 시신경을 침범하여 눈이 멀게 할 수도 있고, 청신경을 침범하여 귀가 들리기 않게 할 수도 있으며,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를 파괴시켜 기억을 못하게 하고, 신체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거스의 친구처럼 눈의 망막에 종양이 생기면 앞을 보지 못하게 되고, 무슨 암이든 말기에는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 환자나 보호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일이다.
죽음이라는 결과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죽어가는 과정이 환자와 보호자를 힘들게 하므로 최근에는 암환자를 포함하여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더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강조되고 있다. <안녕 헤이즐>에서 환자들이 환우회를 통해 서로 위안을 삼고, 격려를 하는 것도 이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인간이 존엄다하면 존엄하게 죽을 권리도 있으며, “어차피 죽을 목숨”이 아니라 “생명이 붙어 있는 순간까지는 누구든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암 환자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사랑 이야기는 그 과정에서 순간의 인연에 의해 스쳐 지나가듯 다루어진다. 비록 짧은 사랑이기는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의연하게 죽음에 대처하는 10대들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4. 심화학습
미래의 암치료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영화에서 헤이즐은 말기 암환자로 치료를 포기하다시피 한 상태이며, 거스는 암 중에서도 특히 난치병인 골육종이어서 다리를 잘라 내기는 했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상태로 등장한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 1971년의 일이니 이제 40년을 지나 반세기를 향해 가고 있는데 우주개발에 맞먹을 만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궇고 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가도 해결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결과가 반복되고 있다.
수술, 약물, 방사선 치료가 암의 3대 치료법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외에 유방암을 치료하기 위한 호르몬 요법, 암세포가 있는 부위에 열을 가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온열요법, 장차 암백신과 같이 암 해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면역요법 등도 많이 이용되는 치료법이다. 만병통치약이 있다면 모든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인류의 조상들이 꾸었던 꿈을 현대인들은 더 이상 꾸지 않는다. 불가능함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암의 종류가 다양하고, 각 암에 따라 특성도 서로 다르므로 최근에는 특정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과 암의 특성을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 개발이 널리 연구되고 있다.
암을 일격에 박멸하려는 노력을 통해 인간은 수많은 항암제를 개발해 왔다. 그 중에는 DNA 합성 억제제와 같이 이론적으로 모든 암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임상시험을 해 보면 아무리 훌륭한 이론에 근거를 둔 약이라 하더라도 치료효과가 잘 나타나는 암과 그렇지 않은 암이 있으므로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새로 개발한 약이 어떤 암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판정하곤 한다.
악성이든 양성이든 종양의 특징은 계속해서 자란다는 것이다. 아무리 몸에 쓸모없는 세포라 하더라도 계속 자라기 위해서는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그래야 세포분열에 필요한 DNA, RNA,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혈관이 분포하고 있어야 하므로 종양세포의 성장에는 혈관생성이 필수조건이 된다.
암세포에 분포하는 혈관을 막음으로써 암세포를 죽이려는 방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왔다. 1998년 하버드대학교 포크만(Judah Folkman) 박사의 이름으로 발표된 앤지오스태틴(angiostatin)이 바로 새로운 혈관 생성을 막음으로써 암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는 약이었다. 암세포는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 새로운 혈관을 필요로 하므로 혈관생성을 억제하면 암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는 이외에도 다방면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2010년에는 미탈(Vivek Mittal)이 골수에서 유래한 혈관내피전구세포(endothelial progenitor cell, EPC)가 새로운 혈관 형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세포의 기능을 막음으로써 새로운 혈관 형성을 억제하면 암세포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새로운 혈관이 생성되려면 혈관내피세포(endothelial cell)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혈관과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혈관을 생성해야 한다. 혈관 신생 능력은 골수에서 유래하며, 골수의 어느 세포가 이런 기능을 담당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던 중에 혈관내피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혈관내피전구세포가 새로운 혈관형성에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은 2001년에 이미 발표된 바 있다. 미탈의 연구팀은 골수의 혈관내피전구세포가 종양이 자라기 위해 필요로 하는 혈관형성과정에 관여하고 있고, 이 전구세포가 혈관내피세포로 분화하며, 이를 제거함으로써 종양세포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저자들은 이 연구결과가 혈관내피전구세포를 제거함으로써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표적을 발견한 것이라 하면서 기존의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치료법과 함께 사용하면 암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잖은 표현을 사용했지만 언제나 희망과 꿈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개념의 이와 같은 치료법이 여러 가지 종류의 암에 광범위하게 사용가능하여 암 해결에 획기적인 전기를 이루게 될 것을 기대하게 한다. 후속 연구결과가 기다려진다.
1990년대에 노바티스사에서 개발한 글리벡과 같이 과거의 불치의 병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치료가능한 병으로 바꾸어 놓은 경우처럼 최근에는 특정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는 등 전세계의 수많은 의학연구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암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암과의 전쟁 선포 이후 오랜 기간동안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암 치료율이 50% 선에 머물고 있던 것은 인간의 수명증가와 생활환경의 변화가 계속해서 난치의 암발생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암치료율이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므로 앞으로 암 연구에서 더 큰 결실을 거두어 암으로 고통받은 이들을 줄여주게 될 것을 기대한다.
5. 더 공부하고자 할 때 도움이 될 참고자료
(1) 영화 <러브스토리>(1971)와 한국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2005)
배경이 비슷한 두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암에 걸린다. 그 예후가 왜 다른지, 3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암치료법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공부해 보자.
(2) 박중철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홍익출판미디어그룹, 2022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이면서 호스피스 의사로 일하는 저자가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소개하는 책으로 일반인과 의사들이 마지막인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3) 셸리 케이건 『죽음이란 무엇인가』, 박세연 역. 웅진지식하우스, 2023
교단에 양반다리로 앉아서 수업을 하는 모양으로 유명한 셸리 케이건 교수는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로도 유명한다. 얇지 않은 이 책을 읽다 보면 죽음이 단순히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 아니라 수많은 지식과 철학이 얽혀 있음을 실감하게 해 준다. 무엇이든 셸리 케이건 교수가 가르쳐 주는 방식으로 공부를 한다면 성공적인 인생을 이룰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C형 간염바이러스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전기생리학적 연구 방법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의학의 역사를 공부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에서 16년간 생화학교수로 일한 후 2014년부터 의학교육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경쟁력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평소 강연과 집필을 통해 의학과 과학이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가까운 학문이자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학문임을 소개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저서로 『유전공학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10대에게 권하는 의학』, 『처음 만나는 혈액의 세계』, 『백신이 뭐예요』, 『감염병과 백신』, 『의학을 이끈 결정적 질문』, 『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 『의학사 노트』, 『전염병 치료제를 내가 만든다면』, 『내가 유전자를 고를 수 있다면』,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내 몸을 찾아 떠나는 의학사 여행』, 『지못미 의예과』 등이 있다.